실증사학의모순과환단고기에대한부정

  <환단고기>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나라를 세웠고, 천지인(天地人) 일체의 합리적인 성립종교를 창설했었다.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외래문화와 외래사상만을 받아들였던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 민족이 먼저 세계를 이화하고 홍익인간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환단고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며 철학이며 정신이며 혼이다. 그러나 실증주의자들은 우리 민족을 후지 민족으로 취급한다. 우리 민족은 외래문화와 외래사상을 먼저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고유한 문화와 사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단고기>는 인정될 수 없고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 실증사학의 모순과 실증사학들의 학문적 태도를 비판한다.

1) 실증사학을 맹신할 경우, 적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실증사학은 고고학에 기반을 둔다. 고고학은 20세기 초에 이르러 학문으로 성립됨으로써 극히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사이에 지구 전체를 조사하거나 파 볼 수도 없는 것이다. 파본다 하더라도 고대로 올라갈수록 실물이 멸실되어 확인할 수 없는 난점을 지닌다. 그러므로 실증사학만을 신봉할 경우, 적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으며, 현대사 내지 근세사만을 인정하고, 고대사를 무조건 부정할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실증사학은 영국, 불란서, 독일, 미국,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지배수단으로 이용되던 학문이다. 다시 말하면, 짧은 역사를 가진 서양사회가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사회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한 학문이다. 이상과 같이 좋지 못한 역사와 모순을 지니고 있는 학문이 실증사학이다. 그러므로 실증사학을 우리사회에 무조건 적용함은 모순이라 할 수 있다.

  2) 실증사학의 배경인 서구문화는 문화의 원형에 있어서 동양문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구문화는 헬레니즘(그리스 중심) 문화와 헤브라이즘(유태교와 기독교 중심) 문화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두 문화의 공통점은 유목문화이며, 자연정복문화이다. 동양문화에도 불교, 유교, 도교에 따라 다소 다르나 공통점은 농경문화이며 자연조화문화이다. 이와 같이 서구문화와 동양문화는 그 발생배경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 또한, 서구문화는 그 발생배경을 연구해 보면, 인간의 사회적 경험과 역사적 배경에 의해서 형성되고 발전되었다. 그러나 동양문화는 천지인 일체의 천도(天道)를 발생학적 배경으로 성립되었다. 또한 서구문화의 우주관은 창조론으로서 자연질서를 인간 위에 천신이 있고, 인간 밑에 동식물이 있는 것으로 본다. 즉 서구문화는 天地人의 관계를 수직적 위계관계로 보는 반면, 동양문화의 우주관은 순환론으로서 천지인의 관계를 수평적 일체관계로 본다. 이와 같이 동양문화와 서구문화는 발생학적 배경과 발생원리 그리고 우주관 등 문화의 원형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문화의 원형이 다른 실증사학을 동양문화에 무조건 적용시키는 것은 모순이라 할 수 있다.

  3) 실증사학은 후진사회를 배경으로 성립된 학문이다.

  불서(佛書)에 의하면 천지(天地)의 중앙에서 역대 부처님이 모두 탄생하였다(釋迦氏譜). 다시 말하면, 세계의 중앙에서 역대 성인이 모두 탄생하였고, 문화가 먼저 발생하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계지리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중앙은 우리나라의 백두산이다(세계일보 1992년 2월 22일 2면, 설왕설래). 그렇다면, 세계문화의 최초 발상지는 우리나라의 백두산이라는 것이다. 현대종교를 예로 들면, 서구종교인 기독교의 출현은 지금부터 2천년 전후인데, 동양종교인 불교와 유교의 출현은 2천 5백년 이전이다. 이를 보아도, 분명히 서구사회는 우리 사회보다 후에 개화되었고, 실증사학은 후진사회를 기준으로 성립된 학설이다. 따라서 그러한 학설을 우리 사회에 무조건 적용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증주의자들은 위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환단고기> 실증주의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뜻에서 그들이 과오를 범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사회적인 배경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한다.

첫째,실증주의자들의 모순은 민족적 국가적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이다.

비합리적 종교적인 신앙과 과거 통설에 대한 맹목적 신앙, 중국 일본 미국 등의 강대국의 사상과 문화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대주의 의식, 자기 민족을 맹목적으로 비하하는 비민족적 열등의식, 내 주장만이 옳고 남의 주장을 무조건 부정하는 자만심 등을 버려야 한다. 그러한 주의와 사상이 나라와 민족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부정을 위한 부정에 문제가 있다.

환국과 배달국 그리고 단군조선이 비록 태고시대의 국가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환단고기> 실증주의자들은 그 유적과 유물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부정하고 있다. 유적 유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측정도구, 측정방법, 측정과정 등 어디에 어떤 모순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 다음 부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함도 없이 부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증주의자들의 <환단고기>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째, 서구학설을 맹신하는 사학계의 풍토에 문제가 있다.

서구학설은 서구인에 의해 성립된 서구제일주의 학설로서 동양사회를 무조건 무시하는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실증사학계는 서구학설을 무조건 맹신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넷째, 사근취원(捨近取遠)하는 교육풍토에 문제가 있다.

먼 것보다도 가까운 것부터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리이다. 곧 다른 나라의 역사공부보다 제 민족의 역사공부를 먼저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육풍토는 제 민족의 역사공부보다 다른 민족의 역사공부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 그것이 제 민족의 역사와 사상에 대해 무식을 가져오게 되고, 그 무식이 제 민족의 역사와 사상을 왜곡하게 된다.

이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정신교육의 기초를 연구하는 국사학자들에게 국가와 민족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학설과 종교적 신념과 “나는 이렇게 배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민족사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기 1945년 해방 직후에는 우리나라의 사학자들 거의가 <삼국유사>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학자들이 <삼국유사>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와 같이 <환단고기>를 보는 시각이나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보는 안목도 긍정적인 입장에서 보느냐, 부정적인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환단고기> 실증주의자들도 생각과 태도를 바꿔 <환단고기>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보고. 진지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래도 <환단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것은 제 민족의 역사와 사상을 영원히 신화 속에 묻혀 두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발상이며, 악화가 량화를 구축하는 격으로서 다음과 같은 비민족적 비애국적 주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첫째, 그것은 되살아나는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꺾는 주장이다.

둘째, 그것은 9000년 내지 6000년의 민족사를 단축시키는 주장이다.

셋째, 그것은 진실한 민족사관 정립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넷째, 그것은 민족적 자주의식 확립을 저해하는 주장이다.

다섯째, 그것은 민족총화를 저해하는 주장이다.

여섯째, 그것은 선지자들의 교시인 원시반본을 거부하는 주장이다.

일곱째, 그것은 신진 사학자들의 태고사 연구열의를 꺾는 주장이다.

<환단고기>를 위서로 간주하여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분명히 이상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환단고기> 실증주의자들은 그러한 민족적 피해를 무엇으로 보상하고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또한 언제인가 <환단고기>를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여 대중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 경우 실증주의자들의 저서나 논문이 필요 없게 되고, 명예가 끝없이 추락하게 될 것이다. 앞날을 관망하고 깊은 반성이 있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