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海中)는 대승경의 출처를 의미한다.

<용수보살전>에 의하면, 용수(龍樹)는 출가 후 설산(雪山) 중의 한 늙은 비구니로부터 마하연경(摩訶衍經, 大乘經)을 얻고 바다궁전(海中宮殿)에 들어가 칠보장(七寶藏)을 열어 위없는 묘법인 방등심오(대승경)의 경전을 주니 그것을 받고 90일에 통해한 후 염부제(염부주) 중의 무량한 경전 가운데 한 상자를 얻고 남천축(南天竺 곧 인도)에 돌아가 불교를 크게 유포시킨 것으로 기록은 밝혀주고 있다.

용수는 대승불교를 일으킨 제1인자이다. 그에 의하여 대승경을 설산과 염부주 바다궁전에서 대승경을 얻고 인도(印度)로 전하여 대승불교를 크게 유포시켰다는 것이다. 용수가 대승불교를 일으켰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이 공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산과 염부주와 바다의 문제가 풀리지 않음으로써 대승경의 출처가 모호해지고 오리무중에 빠졌던 것이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과거를 돌아보면, 옛날의 인도인들이 우리 나라를 부처님이 탄생한 나라라 하여 우리나라로 시집을 오고, 불상과 불탑을 보내오듯, 지금 우리 나라의 불자들이 인도만을 우러러 보고, 인도의 역사ㆍ철학ㆍ종교ㆍ사상을 잘 배우고 알면서도, 제 나라의 역사ㆍ철학ㆍ종교ㆍ사상을 깊이 모르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축 또는 염부주라면 무조건 인도라 착각하고, 설산이라면 무조건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산맥 중의 어느 산으로 추정하며, 부처라면 무조건 석가세존으로 오인한 데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우리나라의 환인(桓仁)ㆍ환웅(桓雄)ㆍ환검(桓儉)이 고불(古佛)임을 밝혔고, 설산은 우리나라의 백두산이며, 염부주도 좁게는 우리나라의 백두산 천지주변이고, 넓게는 고조선 강역 전체임을 밝혔다. 이것만 보아도 대승경의 출처가 태고시대의 우리나라 고조선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다(海中)’가 어디를 가리키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 문제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음으로써 ‘바다’라면 무조건 태평양이나 대서양 같은 짠물바다로만 착각하였고, 용(龍)이라면 비를 내리는 바다의 용으로, 용궁(龍宮)이라면 바다 속의 궁전으로, 용왕(龍王)이라면 바다 속의 용왕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용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인도에서는 용(龍)같은 코브라로 용을 대신하고, 용과 같은 종류의 물고기로 변형되고 있다. 이래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불교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허무맹랑한 미신같이 곡해되어 서구인들에게 불신당하고 있는가 하면, 인도인들에게도 버림을 받고, 대승경의 출처도 수 천 년 동안 안개 속에 가려졌던 것이다.

2. 바다의 형이상학적 의미와 수미세계

그러면 불교에서 바다는 어디를 가리키고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해동포(四海同胞)라 할 때의 해(海)와 고해중생(苦海衆生)이라 할 때의 해(海)도 태평양ㆍ대서양 같은 짠물바다(鹹海)를 가리키는가? 불교철학이 심오하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에서의 바다를 무조건 함해(鹹海) 곧 짠물바다ㆍ소금물바다로만 알고 수 천 년 동안 믿어왔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첫째, 불교에서의 바다는 형이상학적 원융무애의 의미를 지닌다.

바다는 깊고 무한하여 전 대륙을 포용하고 있는가 하면, 생명의 원천이며, 재화의 보고이고, 무차별의 세계이다. 무섭기는 폭군 같기도 하고 인자하기는 어머니 같기도 하다. 곧 바다는 원융무애하고 대승적 성격을 지니어 크고 작은 것, 좋고 나쁜 것, 희고 검은 것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불교에서 바다는 대원해(大願海)ㆍ여래공덕해(如來功德海)ㆍ무량삼매해(無量三昧海)ㆍ법문해(法門海)ㆍ생사해(生死海)ㆍ지혜해(智慧海)니 하는 등 형이상학적 원융무애의 의미를 지닌다.

둘째, 불교에서의 바다는 수미세계(須彌世界)를 의미한다.

불교의 세계설에 의하면 이 세상 중앙에 수미산이 높이 솟아 있고, 수미산 정상에는 제석천(帝釋天)이 살며 중턱에는 사천왕(四天王)이 산다. 금ㆍ은ㆍ유리ㆍ파리의 4보(四寶)로 이루어져 북쪽은 황금, 동쪽은 백은, 남쪽은 유리, 서쪽은 파리인데, 해와 달이 그 주위를 회전하면 보광을 발산하여 4방의 허공을 물들인다. 수미산 둘레에는 일곱 겹의 금산(金山)으로 둘러있고, 산과 산 사이에는 칠해(七海)가 있다. 마지막 금산 밖에는 짠물바다(鹹海)로 둘러있고, 짠물바다 건너에 철위산(鐵圍山)이 둘러있어 수미세계의 외곽을 이룬다고 하였다.

이를 보면 태평양ㆍ대서양ㆍ인도양 같은 진짜바다는 이를 해양(海洋) 또는 함해(鹹海)라 부르고, 바다는 수미산과 금산, 금산과 금산 사이의 수미세계를 의미하고 있다. 또한 “바다의 이미지에는 연금술이 있으며, 그 연금술은 알라딘의 램프처럼 고대인에게 있어서는 창조의 신비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다는 문명의 중심지, 종교적 메카라는 뜻의 비유로 쓰인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말하는 바다는 수미세계를 의미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상남도에 김해(金海)ㆍ남해(南海) 등의 지역이 있으나 이들 지역이 바다가 아니라 과거에 종교의 요람이었던 것과 같은 격이다.

   3. 바다는 고조선을 의미한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금부터 근 6천년 전 환웅천황이 개통천문(開通天文 : 開天)하여 천지인일체의 천교를 창설하였다. 그 후 1565년이 지나 단군성조께서 환웅천황의 구규(舊規)를 부활시킴으로써 천교는 고조선 시대로 계승발전 되었다. 다시 말하면, 태고시대의 우리나라 곧 배달국과 고조선은 부처님이 세운 나라로서 수미세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해경> 해외동경에 태고시대의 우리나라를 가리켜 “군자국이 북쪽에 있는데 의관을 갖추고 검을 찼으며 그 사람들은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고 하였는가 하면, <후한서> 동이열전에는 “동방을 이(夷)라 하는데 말을 어질게 하고 인생을 즐기며 천성이 유순하여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에 이르렀다····그러므로 공자도 구이(九夷)에서 살고 싶어 하였고·····이른바 중국이 예의를 잃으면 사이(四夷)에서 배워야할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고조선을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군자지국(君子之國)이라 하고, <파한집>에는 고조선을 신선지국(神仙之國)라고 하였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도 고조선을 가리켜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는 등불이라 하였다. 따라서 태고시대의 우리나라 고조선은 수미세계였고 신선의 나라였으며 불국토(佛國土)였음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마천의 <사기>에 삼신산의 위치를 “해중유삼신산(海中有三神山)”이라 하고, 환산(백두산)의 위치를 “동지우해등환산(東至于海登丸山)”이라 하였다. 삼신산과 환산(백두산)은 우리 나라에 있다. 그러므로 바다(海)는 우리 나라 고조선을 의미한다. 또한 학자들 역시 이 경우의 해(海)를 발해(渤海)로 해석한다. 발해는 흔히 대조영이 세운 국명으로 알고 있으나, 그 나라의 처음 이름은 대진국(大震國)이며, 발해는 대진국 건국 이전 춘추전국 시대의 저술인 <열자(列子)>에도 보이는 태고시대 우리 나라의 이칭이다.

<화엄경> 제보살주처품에도 “海中에 金剛山이 있는데 예로부터 법기(法起)보살이 1,200권속과 더불어 法을 설하였다”는 구절이 있는데. 금강산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산으로서 해중은 곧 우리 나라를 의미한다. 중국의 청량국사의 소(疏)에도 해중을 우리 나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화엄경> 입법계품에 “마니산 기세계 해중 유불 출현(摩尼山 其世界 海中 有佛 出現)”이라 하였는데, 마니산은 인도나 중국에는 없고 우리 나라 경기도 강화에 있는 산이다. 더욱이 부처님이 출현하였다고 하였으므로 해중 곧 바다는 우리 나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용안(龍顔)할 때의 용(龍), 용상(龍床)할 때의 용(龍), 용(龍)의 눈물 할 때의 용(龍)은 왕을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용궁(龍宮)은 바다 속의 용궁이 아니라 고조선의 왕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어서 경상불도 경주에 있는 황용사지(皇龍寺址)로 알려진 그 터도 절터가 아니라 신라의 용궁 곧 왕궁이라 단언할 수 있다. 재조사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