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梵鍾)이란 사원에서 사람을 불러모으거나 때를 알리기 위해 쇠로 만든 종으로서 보시기를 거꾸로 매단 꼴을 하고 있는 일종의 악기이다. 그런데 한국의 범종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첫째, 한국의 범종에는 용뉴(龍鈕)가 있다. 용뉴란 종을 매다는 용(龍) 모양의 고리를 의미한다.

둘째, 한국의 범종에는 음관(音管)이 있다. 음관은 용통(甬筒) 또는 음통(音筒)이라고도 하는 소리 대통으로서 용뉴의 바로 옆에 붙어있다. 이 음관은 외국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우리 나라의 범종에서만 볼 수 있는 자랑이며 특징이다.

셋째, 한국의 범종에는 유곽(乳廓)과 유두(乳頭)가 있다.

유곽은 상대 밑쪽의 네 곳에 붙어있는 네 모난 테이며, 유곽 속에 3단 3열 9개의 꼭지가 있고 꼭지 주위에 꽃판이 그려있는데, 그 모양이 젖꼭지 같다하여 유두라 한다. 이 유곽과 유두는 중국종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고, 일본종에는 있다고 하나 틀이 잡힌 생김새를 이루지 못하거나 유두의 숫자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유곽과 유두는 한국종이 갖는 또 하나의 뚜렷한 특징으로 알려지고 있다.

넷째, 한국의 범종에는 신선의 비천상(飛天像)이 있다.

한국의 범종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신선(보살)의 비천상이다. 네 곳에 그려져 있는데, 곱고 길다란 천의(天衣)를 너울거리며 연꽃(옛이름 桓花) 방석 위에 무릎을 꿀거나, 고리가 긴 꽃구름을 타고 푸른 하늘에 떠서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 이 비천상을 보고 있노라면 환희의 세계로 이끄는 맑고 고운 소리가 마음을 울릴 듯한 감동이 저절로 일어날 정도이다. 

이상과 같이 한국의 범종에는 용뉴, 음관, 3단 3열의 유두, 신선의 비천상이 있다. 이것은 신선사상과 삼신사상을 표현한다. 현재 인도의 힌두교 사원에서 사용하는 종은 소형 종으로서 범종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의 범종은 그 기원이 인도나 다른 나라에 있지 않고 우리 민족에 있는 것이며,  원래 천교의 종이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범종이 사찰 내에 있다. 이것 역시 천교의 실재를 증명하는 것이다.